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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넥스트 도어 리뷰, 알모도바르, 줄리앤 무어, 틸다 스윈튼이 그린 삶과 죽음

랄랄라 oz 2025.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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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늦게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룸 넥스트 도어]를 봤다. 리뷰는 아침에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룸-넥스트-도어-메인-포스터-서로-반대편으로-누워있는-두-여인의-얼굴
영화-룸-넥스트-도어-메인-포스터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영화인데, 괜히 글까지 너무 무거워질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영화정보

[룸 넥스트 도어], 제 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장르 드라마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출연 줄리앤 무어(잉그리드 역), 틸다 스윈튼(마사/미셸 역), 존 터투로 외
개봉일 2024년 10월 23일 (대한민국)
상연시간 107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스트리밍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

 

베스트셀러 작가 잉그리드(줄리앤 무어)가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거부한 옛 친구 마사(틸다 스윈튼)를 다시 만나면서 시작된다.

마사는 마지막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려 하고, 잉그리드에게 그 순간 옆 방에 있어 달라고 부탁한다.

영화는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시간 속에서 삶과 죽음, 우정과 신뢰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감상 포인트

한 줄 평 : 아름다운 삶을 존엄하게 끝낼 선택권은 우리에게 있는가?

 

줄리앤 무어, 틸다 스윈튼, 감독 알모도바르가 만들어낸 특별함을 느껴보시라!

 

1. 우정과 시간의 틈을 메우는 대화의 힘

잉그리드와 마사 사이에는 오랜 세월의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순간마다 그 간극을 조금씩 좁혀간다.

오랜 친구끼리만 알 수 있는 기억을 꺼내면서 서먹했던 공기가 풀려가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과거 연인 얘기를 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감정을, 잔잔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부분이 좋았다.

 

2. 죽음을 다루지만 삶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거 안락사 얘기라며? 우울한 거 아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영화는 우울하자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삶을 가장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그래서 삶이 아름답기에 존엄한 끝맺음 또한 개인의 선택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3. 분홍빛 눈과 알모도바르의 색채

마사가 병원에서 “난 잘 죽을 권리가 있어, 존엄을 지키며 퇴장할래”라고 말하는 순간, 커다란 창 너머로 분홍빛 눈이 내린다.

배경이 뉴욕인데, 흔히 떠올리는 회색빛 도시가 아니라 분홍 눈으로 가득 채운 건 알모도바르다운 선택이었다.

이 영화에서 색은 감정의 또 다른 언어다.

선명하고 때론 비현실적인 색감이 삶의 아름다움을 더 또렷하게 보여주는 듯 하다.

 

4. 그림과 문학이 건네는 여운

영화를 보고 나면 궁금해질 그림이 있다.

마사가 자신의 죽음을 위해 선택한 집에 걸린 에드워드 호퍼의 [People in the sun(1960)]이다.

그녀는 노란 정장을 입고 빨간 립스틱을 바른 채 햇빛을 받으며, 그 그림 속 사람들처럼 앉아 있다.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스스로의 마지막을 연출하는 모습이 찬란하다.

 

그리고 영화의 내레이션 같은 역할을 하는제임스 조이스의 시 [죽은 사람들 ].

 

His soul swooned slowly as he heard the snow falling faintly through the universe and faintly falling, like the descent of their last end, upon all the living and the dead.”

(그리고 눈이 부드럽게 살포시 전 우주에, 살포시 부드럽게, 마지막 종말을 향해 하강하듯이, 모든 산 자들과 죽은 자들 위에 내려앉는 소리를 들으며 그의 영혼도 천천히 희미해져 갔다.)


영화 속 분홍빛 눈과 겹쳐지며, 죽음을 향한 고요한 수용과 삶에 대한 따뜻한 찬가로 다가왔다.

 

총평 및 별점

별점은 ★★★★☆.

나에겐 조금 무거웠지만, 그보다 더 크게 남은 건 “삶이 아름답다”는 확신이었다.

잔잔하고 진솔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 죽음과 삶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눈이 내리던 그 장면처럼, 삶은 여전히 색색의 빛으로 우리 곁에 있다.

그것만으로도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고, 말하고 싶은 듯 영화는 아름다운 색채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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