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되면 생각나는 영화 | 8월의 크리스마스
난 이맘때가 되면 항상 이영화가 떠오른다. [ 8월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는 너무 좋은데 겨울은 너무 싫어서 그런 것일까?
아예 다운로드하여 두고 해마다 한 번씩 보곤 했는데 몇 해는 건너뛴 듯하다.
에스프레소 샷 2개 추가 한 아메리카노만큼 20세기 갬성이 진한 그 영화.
또 봤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인데... 추워서... ㅎㅎ
난 좀 톡톡 튀는 감각에 화려한 듯 한 스타일과 외모를 가진 사람을 좋아했다.
그런 분들이 보는 즐거움이 크니까. 내가 못하는 걸 해주는 대리만족이라 해야 할까?
어차피 연예인은 그런 편이 좋았다. 그래서 사실 한석규 님이나 심은하 님의 팬은 아니었다는 말씀.
심은하 님은 좋아졌다기보다,
어느 순간 '그녀가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가 맞는 거 같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다.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멋지다고 하지만 리즈시절을 이길 수는 없는 법...
이 영화는 리즈시절의 석규 님과 은하님을 만날 수 있다.
사실 석규 님은 리즈시절이라는 말이 크게 의미는 없다.
그때도 특별히 눈부셨다는 느낌은 없고 지금도 그만의 대체불가 느낌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ㅎㅎ
목소리마저도 설득력이 있는... 여전히 그는 참 매력적인 남자이고 배우이다.
하정우 님이 '욕마저도 고급지게 한다'라고 격찬했던 그가 아닌가! 인정인정.
다림(심은하 역)은 그해 크리스마스를 기약할 수 없는 정원(한석규 역)에게 미리 온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었을까?
8월의 크리스마스 줄거리를 요약해 보자.
너무 유명한 영화라 필요할까 싶지만 그래도 혹시 이영화가 낯선 분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이해할 수 있을 만큼만 줄거리를 남겨보면...
작은 동네에서 2대째 초원 사진관을 하고 있는 유정원(한석규역)은 죽을 날을 앞둔 시한부 인생이다.
하지만 그는 평소처럼 일상을 산다. 밥 하고, 빨래하고, 사진도 인상하면서...
그렇게 흑백사진 같던 덤덤한 그의 일상에 주차단속요원 다림(심은하역)이 들어온다.
구청 소속 주차단속요원이었던 다림은 단속한 차량의 사진을 인화하러 매일 초원사진관을 찾게 되고, 둘은 조금씩 친해지며 조금씩 사랑해 간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난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랑을 하고 있다. >
포스터의 "이 글만으로도 이영화의 절반은 느낄 수 있다"라고 하면 억지스러울까?
즐거운 편지가 8월의 크리스마스가 된 사연
월래 제목은 [즐거운 편지]였다고 한다.
박신양, 최진실 주연의 [편지]를 의식해서 제목을 바꾸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제목이기도 하단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은 ' 8월에 캐럴음반을 사는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 행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나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나는 하루키의 소설은 좋아하는데 그의 수필은 이상하게 잘 읽히지가 않았다.
그래서 난 하루키의 소설만 읽는다. ㅎㅎ
8월에 캐럴음반을 사는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 제목 덕분에 이영화는 더욱 빛났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울리지 않아서 어울리는 그런 것들이 세상엔 가끔 있다는 걸 우린 알쟈~나.
내 맴찢, 코끝 찡 그 장면!
1. 정원이 비디오 조작법을 아버지에게 설명하려다 울컥해서 밖으로 나가버리는 장면이 있다.
난 이상하게 맨 처음 이 영화를 보았던 그때도 이 장면이 가슴에 스몄다.
크게 부모님과 연결될 만한 때가 아니었는데도, 내 말은 그다지 부모님을 생각할 나이가 아니었는데도... 뭔가 묵직하게 나를 가라앉혔다.
지금은... 아무리 설명해도 핸드폰에 배경사진을 혼자서 바꾸지 못하시는 파파를 보면, 이때의 신구님 표정이 오버랩된다. 아니 울컥해서 나가버리는 정원의 모습이 나와 오버랩되는 것인가?
2. 어느 날 정원이 절친인 철구와 포장마차에서 술을 먹다가 시비가 붙어 파출소로 오게 되는데 조용히 하라는 경찰의 말에 버럭 욕까지 해대며 "왜 내가 왜 조용히 해야 되냐"라고 소리친다.
'곧 죽는 것도 억울한데 왜 내가 말도 못 해, 왜 조용히 해야 하냐고... 왜 소리 없이 죽어야 하냐고...
맺힌 말을 쏟아내지 못하고 그는 그냥 흐느껴 운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죽어가는 자신의 비참함을, 억울함을 정원이 토해냈던 장면이다.
왠지 나도 욕이 나왔더랬다. 아, C 하고 8! 살려달라고...
3. 건강이 악화되어 정원은 쓰러지고 병원에 입원한다.
그걸 알리 없는 다림은 갑자기 아무 말 없이 사라진 정원 때문에 속앓이를 하게 되고 자신의 편지도 며칠 째 그대로 사진관에 꽂힌 채 방치되자 화가 난다.
폭발한 다림은 밤중에 사진관에 돌을 던져버린다.
"이 나쁜 자식... 말은 해야지. 어딜 간 거냐고... 했겠지... ㅎㅎ"
4. 사진관에 다시 등장한 정원(한석규 역).
깨진 사진관의 유리를 보며 아무 말도 없다. 그런 게 뭐가 중요할까 죽어가는 마당에...
그리고 다림의 편지를 발견한 그는... 편지를 읽으면서 미소를 짓는다.
편지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의 답장도 끝내 다림에게 전해지지 않고 영화의 마지막 독백으로 남는다.
수소문 끝에 다림이 자주 나타나는 길목 카페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정원은 마침내 그녀를 만나지만
멀리서 그저 바라만 본다. 손끝으로 그녀를 쫓으며... 애절하고 간절하게...
5.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는 정원.
애초에 감독은 '사진사가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는다'를 먼저 설정하고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장면은 볼 때마다 내게 조금씩 다른 느낌을 준다. 해가 더할수록 감정의 무게도 짙다. ㅎㅎ
6. 다림이 사진관을 찾아오는 마지막 장면.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나타난 다림은 자신의 사진이 정원의 첫사랑이 걸렸던 그 자리에 걸린 것을 보고 미소 지으면서 영화는 끝난다.
'정원의 죽음을 그녀는 아는가'를 가지고 말들이 많았다. 영화에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으므로.
하지만 나는 그녀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과 '그땐 그랬지' 하는 아련한 듯, 이젠 괜찮은 듯, 야릇한 그녀의 미소가 그렇게 말해주는 듯하다.
영화의 해석은 보는 사람 마음 아닌가? ㅎㅎ
7. 이 영화에는 이미 고인이 된 분들이 나온다.
정원이의 첫사랑 지원이로 등장하는 전미선 배우님.
자신의 영정사진을 다시 찍고 싶다며 고운 한복을 입고 나타나셨던 할머니 김애라 배우님.
영화 속 이 사진은 3년 후 실제 그녀의 영정사진이 되었다고 한다.
정리하며 정원이의 마지막 독백을 함께 남긴다.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 시점에 새로운 사랑을 한다는 건...?
섣부른 시도는 하지 않겠다. 사실 난 그 감정을 알 수가 없으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허진호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하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
영정사진 속 활짝 웃고 있는 가수 김광석 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자살을 선택한 사람의 저토록 젊고 환한 얼굴이라니... 무언가 기묘했던 것일까?
그는 "느낌"이 있었다고만 표현했다.
감독님은 시한부 인생이지만... 죽어가는 사람의 밝은 일상에 초점을 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뜻은 이루어진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그런 일상이어서 나는 이 영화가 더욱 그늘지고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이 너무나 고맙다.
이 꼭 집어낼 수 없는 영화의 무게감을 이 제목이 덜어내주고 있는 듯하다.
초원사진관으로 쓰인 세트장은 여전히 군산시에 있다. 여기는 원래는 차고였다.
너무 그럴듯해서 촬영당시 새로 개업한 사진관인줄 알고 실제로 사진을 인화하러 오는 사람이 꽤 있었다고 한다.
촬영이 끝나고 철거되었다가 군산시에서 복원하여 지금은 관광명소가 되었다.
그 후 군산에 초원사진관이 몇 개 더 생겼다고 하니 촬영지를 보러 간다면 주소를 꼭 확인하도록 하자.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장 : <초원사진관> 주소
전북 군산시 신창동 1-5 (지번 주소)
전북 군산시 구영 2길 12-1 (도로명 주소)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정원
사진출처:키노라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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