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뉴스입니다 1 | 영화 러브레터가 특별한 당신에게
러브레터의 주인공 나카야마 미호가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70년생 올해 54세. 욕실에 쓰러져 있는 그녀를 직장 관계자가 발견했다고 한다.
소식은 여기까지 사인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죽음이 자살이던 타살이던 자연사이던 난 가슴이 아플 것이다.
죽기 전인 5일 인스타그램에 그녀는 이렇게 마지막 흔적을 남겼다.
나는 지옥을 다녀왔다. 그리고 이 말은 해야겠다. 그곳은 멋진 곳이었다.
I have been to hell and back. And let me tell you, it was wonderful.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는 일본 문화 개방 이후 처음 정식으로 우리나라에서 1999년에 상연된 영화이다.
일본에서는 1995년에 개봉되었다.
우리나라 개봉 당시 서울에서만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미호에 대한 가정사, 개인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유명연예인들의 개인사는 항상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나는 [러브레터] 가 영화관에서 내려오고도 한참 지나고 나서야 집에서 이 영화를 혼자 봤다.
그 당시 한 번의 사랑, 특별한 사람, 이런 감정이 크게 열려 있던 때라 러브레터는 그런 내 감성을 많이 자극했다.
이것이 미호 그녀의 죽음이 내게 특별한 이유일까?
러브레터의 메인 포스터는 내가 바로 그녀 같은 이상한 환상을 주어서 참으로 곤란했던 기억이 난다. ㅎㅎ
맞다. 바로 그 포스터 눈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검은 옷을 입은 그녀를 담은 하얀 포스터.
대략적인 줄거리
혹시 보지 못한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정말 짧게 영화 줄거리를 전달해 보면
히로코는 약혼자인 후지이 이츠키(남)의 사망 후, 우연히 그의 졸업 앨범에서 그의 옛 주소를 발견하고 편지를 보냈는데 놀랍게도 답장을 받는다.
그렇게 서로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오타루의 이츠키(여)와 고베의 히로코가 편지를 주고받던 중 서로의 오해를 풀게 되고 고등학교 시절의 후지이 이츠키(남)의 기억과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대표 일본영화 중에 하나이고 미호의 죽음으로 더 많은 영상들을 인터넷상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유튜브 영상하나 여기에...
나의 시선으로 본 이 영화의 이모저모
1. 히로코와 이츠키. 동명이인 역을 했던 미오의 극 중 헤어스타일이 같아서 의아했다. 쇼커트.
보통 이런 동명이인 역에서는 스타일을 좀 바꾸지 않나? 차별성을 두기에 가장 확실한 헤어스타일이 같다니...
한 사람이 다른 성격의 두 인물을 만들어 냈다는, 연기력을 인정받은 작품이지만 난 처음에 조금 헷갈리기도... 했다.
물론 의상이라던가 그 밖의 소품은 확실히 다르다.
여자 이츠키의 의상이 과거의 사랑이고 추운 지역이다 보니 좀 더 따뜻하고 밝은 브라운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오타루의 이츠키가 히로코보다 더 내 스타일이다. ㅎㅎ
2. 남자 이츠키의 엄마와 현재의 연인 히로코가 졸업사진을 보다 함께 흐느끼는 장면.
나도 모르게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그리고 난 이때의 히로코가 제일 예뻤다. 내게는 그랬다.
"히로코도 아직 그 애를 좋아하나 봐." 같은 여자 입장으로만 본다면 '닮아서 자신을 선택했다면 용서 못하겠다'는 그녀가 얼마나 애처롭고 또 아들은 얼마나 치사한 놈인가?
그 상황을 "히로코도 우리 이츠키를 아직 사랑하는구나"라는 말 한마디로... 그 난감함을 정리... 아닌가? ㅎㅎ
3. 과거의 기억 속.
이름이 같은 관계로 영어 시험지가 서로 바뀌어 27점이라는 점수의 남자 시험지를 여자 이츠키가 받는다.
하교하는 길에 "시험지를 바꾸자"며 기다리는 여자 이츠키에게 어두워 잘 안보인다면서 두 시험지를 손에 들고 확인하는 남자 이츠키. 그를 위해 여자 이츠키가 자전거 플래시로 빛을 만든다.
그 빛으로 시험지를 찬찬히 살피며 남자 이츠키가 break(브레이크)의 과거가 broke(브로크) 구나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게 뭐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 영화 배경은 80년대 초 (중학교 졸업앨범이 84년으로 나온다)이지만, 아직까지도 중학교 1, 2학년 영어 문법 문제에 빠지지 않고 활용되는 동사변화 중 하나가 break이기 때문이다. 사소하지만 현실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ㅎㅎ
4. 그의 3년 추모식에 가족과 연인, 동료들이 함께 한다.
하얀 설 배경이고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곳이지만, 추워 보이지 않는다.
3년이 지난 추모식에 저렇듯 소중한 사람들을 불러낼 수 있는 사람 이츠키(남)는 말도 없고 감정 전달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멋진 남자였음에 틀림없다.
첫사랑을 가슴에 품고 그토록 자신을 사랑해 주는 여자를 대타로 삼아 결혼하려 했던 쓰레기라고 악평한 사람도 있더라만 내 생각은 다르다. 추모식에 참석한 저 사람들이 다 바보는 아니지 않을까?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첫사랑과 너무나 닮은 그녀를 보며 그만 고백해 버리게 된 게 아닐까?
그리고 그는 가벼운 사람이 아니니까 그녀 곁에 머물게 되었고... 또 사랑하게 되었다.
믿는다. 조금은 다른 색깔의 사랑으로... ㅎㅎ
5. 죽은 이츠키(남)를 놓지 못하는 그녀 히로코를 이츠키(남)의 마지막 삶의 장소로 데리고 가는 또 다른 남자 아키바.
이것이 현실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현실에서는 저렇게 멋진 남자는 쉽게 등장하지 않는다.
그녀는 얼떨결에 그녀를 이츠카(남)에게 빼앗겼지만 이제는 혼자가 되어 힘들어하는 그녀를 따뜻하게 보듬어 줄 만반의 준비를 하며 기다린다. 엉뚱하고 치사한 상상은 하지 말자.
영화에서는 신발에 짓눌리기 전 하얗고 뽀송한 눈 같은 사람들이 항상 있는 법이다. ㅎㅎ
그리고 얼마나 다행인가?
이분 때문에 히로코는 과거의 아픈 상처를 잘 치유할 수 있을 것이고 고독하게 늙어가지 않아도 된다.
6. 이해가 안 가는 건... '저 정도 그리움이라면 찾아 나서야 하지 않나?' 남자 이츠키 말이다.
어떤 성격이면 저런 감정을 안고도 모른 척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
아무리 어리고 아날로그 감성이라 해도 저리 썸 타는 분위기를 서로 모를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배경이 일본인데... 알고도 모르는 척할 수는 있겠다. ㅎㅎ
7. 누가 불행한가? 아무도 아니다.
사실 내가 이영화를 처음 보던 그 시점엔 오타루의 여자 이츠키가 제일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몰랐으면 좋았을 걸 괜히 꺼내서 아프게 했다 싶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니 엔딩에서 보여준 이츠키는 추억 속에 사랑을 찾고 행복해 보였다.
사랑받은 걸 감사하는 듯했다.
히로코에겐 그 빈자리를 잘 챙겨줄 아키바가 있다.
사람으로 생긴 구멍은 사람으로 메꾸어야 한다지... 행? 누가? 모르겠다.ㅎㅎ
남자 이츠키의 어머님이 제일 아플까? 먼저 간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니...
8. 지금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 여러 개 보인다. 영화를 보면서 한 번 찾아보시라.
나는 2개만 짚어본다.
- 첫째는 "당신이 누군지 증명해 봐"라고 하니 이츠키(여)가 발끈해서 민증을 복사해서 보내는데 요즘은 누구도 이런 짓? 은 하지 않는다. 자세한 상황은 영화 안에서~
- 손 편지를 쓴다거나 타이핑을 해서 실물편지를 우편으로 주고받는다는 상황자체도 그 시절에나 가능했던 일...
9. 이와이 슌지 감독 작품은 난 딱 3개 봤다.
[러브레터 1995], [4월 이야기 1998], [너의 이름은 2016]
일본에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감독이라고 하지만 난 이분이 남자라는 것이 놀랍다.
내가 본 작품들이 모두 여자의 감성을 잘 살리고 있는 영화들이어서 그렇겠지만...
뭇사람들의 말처럼 첫사랑의 감성은 남자 쪽이 더 강한 것일까?
타인의 관점으로 전해 들은 이야기
[러브레터]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가 있었던 영화이다.
일본에서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다양한 상을 받았으나 흥행면에서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개봉 전에도 이미 30만의 불법 비디오가 유통되었고 1999년 정식 개봉했을 때도 '누가 보러 올까' 했던 염려와는 달리 (이미 불법 비디오가 많이 돌았던 상황이라) 상당한 관객이 동원되었다.
1999년에는 지금처럼 실시간으로 관객수를 정확히 집게하는 시절이 아니었기에 서울에서만 100만 명을 넘은 관객동원은 대단한 것이었다.
절벽에서 이츠키(남)가 떨어지면서 불렀던 노래 [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
이츠키의 유서가 된 노래이다.
내 사랑은 남쪽 바람을 타고 저 섬으로 간다는 코러스처럼 남풍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부는 바람을 뜻하므로 남쪽의 이츠키(남)가 북쪽 오타루의 이츠키(여)에게 사랑을 고백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남쪽의 바람은 북쪽을 향해 부는 남풍과는 엄연히 의미가 다르고, 노래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남쪽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댄스팝이므로 차가운 북쪽보다는 남쪽을 향한 그리움이 어울린다는 해석이다. 그리고 '당신을 만날 때마다 전부 잊어버리고 말아요'라는 가사는 히로코를 만나서 이츠키(여)를 잊었다는 고백이라는 것.
마츠다 세이코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 이 노래 가사를 다 알고 죽음의 순간에 불렀다는 건 평소 이츠키가 좋아하는 것을 전혀 티 내지 않는 성격이라는 걸 보여준다. 이런 사람이라면 그 큰 그리움도 그냥 가슴에 품고 살 수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 책이 주는 의미
이 책은 히로코에게는 과거를 덜어내고, 연인이 죽은 이후에 멈춰버린 현재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간다는 의미를 이츠키에는 추억을 담고 과거의 시간을 찾아온다는 의미를 함께 전한다.
내가 좋아하는 아니, 우리 모두에게 너무 유명한 홋카이도 설원에서의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라고 외치는 영화의 한 장면은 교차편집 되면서, 잃어버린 시간의 의미를 찾아가는 두 사람을 보여준다.
덜어내는 히로코와 담고 있는 이츠키(여)를...
정리하며
여자 이츠키가 학교 도서부 후배들이 전해준 도서대출 카드 뒷면에서 발견한 자신의 초상화를 보며 '부끄러워 마지막 편지는 보내지 못하겠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그녀의 수줍고 멋쩍은 표정을 끝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츠키(남)가 사랑한 사람은 자신이었음을 확인하며 행복해하는 순간이다.
이 영화 속 이츠키(여)의 초상화와 영어 시험지속 그림은 모두 감독 이와이 순지가 직접 그렸다고 한다.
그는 이 영화의 원작인 [러브레터]의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밝은 '화이트 이와이' 작품과 어두운 '블랙 이와이' 작품으로 나뉜다.
내가 본 영화들은 모두 그의 화이트 이와이'쪽 작품이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 [키리에의 노래]등 블랙 쪽 작품들은 처절할 정도로 어둡고 암울해서 같은 사람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라고 한다. 보고 싶지 않다. ㅎㅎ
이렇게 또 한편의 영화와 함께 그때의 나를 돌아본다.
그리고 나의 그 누군가에게 오겡끼데스까?를 외쳐보며 오늘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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