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의 기억과 슬픔 '장례식을 마치고' 가는 길, 충북 괴산 휴게소 소미미 단팥빵 맛?
큰 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부고를 받고 잠시 멍해졌습니다.
3월 5일 저녁을 드시고 "눕자" 하시고는 그대로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합니다.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눈물은 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 배웅하러 구미 가는 길은 꽤 멀었습니다.
구미, 장례식장을 향하여
금요일 동생을 기다리다, 저녁 5시쯤 함께 출발했습니다.
파파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맘만 전해 드리기로 결정했어요.
토요일 장지까지 다녀오려면 좀 힘들겠다 싶었거든요.
4시간쯤 달려 그곳 [구미 장례식장, 해원]에 도착하니 사람이 왁자웅성 했습니다.
무겁지 않은 분위기라 다행스러웠어요.
언니, 오빠, 어린 친척들, 상주님들은 많이 피곤해도 보였지만...
장례식의 기억, 슬픔 속에서 찾은 슬픔
큰어머님은 올해 83.
죽기에 적당한 나이란 언제일까요?
내주시는 음식을 먹으며, 이상하게 엄마 생각이 났어요.
9년 전 먼저 가신 우리 엄마...
앞에 앉아계신 먼 친척님의 인생얘기에 가벼이 호응하면서 '멍' 있자니 사람들이 하나 둘 돌아가고, 곧 가까운 일가친척들만 남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얘기, 모두 건강하고, 의욕 넘치고, 때론 젊었고, 때론 어렸던 그때를 나누며 시간은 가고, 시나브로 잠이 들어 아침을 맞았습니다.
5시 좀 넘었을까요?
일어나서 아침식사 준비하시는 며느님들, 대단하다 생각하며...
발인 의식을 마치고 운구차에 시신을 실어 우리는 장지로 함께 이동했습니다.
엄마 장례식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지금은 하나씩 눈에 들어왔습니다.
' 80이라도 채우지, 이렇게 따뜻해지는 봄에라도 가시지.
그렇게 추운 거 싫다 하시더니 한참 추운 1월에 가셨어.'
또 생각이 나서 그만 눈물이 났습니다.
울어도 이상할 거 없는 날이지만 큰 엄마 장례식에 엄마를 생각하며 엉엉 소리 내 통곡하고픈 저를 추스르느라 한참 애먹었어요.
장지에 도착하자, 몸을 태우기 직전, 그 마지막 순간이 오자 사촌언니가 갑자기 큰어머니 관 앞에서 '내가 잘못했다며, 엄마 가지 말라며' 흐느껴 울기 시작했어요.
"엄마 미얀해, 내가 너무 미안해. 엄마, 엄마!"
내 목소리가 겹쳐집니다.
그날, 엄마를 보내던 나의 그날에, 9년이 지난 오늘 사촌언니가 있습니다.
우리는 왜 똑같은 잘못을 하고, 후회를 하며, 미안해하는 걸까요.
그날, 실감이 안 나서, 잠도 오고, 배도 고픈 내가 너무 이상해서...
그러다 마지막을 마주 하는, 화장하는 그 순간에는, 미친 듯이 눈물이 나서...
'아, 이제 진짜 엄마가 사라지는구나' 두려워서... 소리치고... 소리치고...
가루가 된 큰 어머니 몸을 유골함에 담아 납골당으로 가는 길.
큰 어머니는 큰 아버지 옆에 나란히 모셔졌습니다.
납골당에서 누구때문인지 모를 눈물이 또 났어요.
꼭 9년 만이네요, 2016년 엄마를 떠나보내고...
그 당시 엄마와 큰 엄마는 서로 몸이 많이 안 좋아서 멀리 다니지 못할 때인지라 '당신이 먼저 가네', '내가 더 아프네' 하시며 서울에서 대구로 전화 통화만 가끔 하셨어요.
결국 엄마가 9년이나 앞서 가셨지요.
차례가 되어 큰어머님께 가벼운 묵념을 하고, 돌아 나왔습니다.
일상 속으로, 괴산 휴게소에서 만난 소미미 단팥빵
(가능한 분들은) 점심을 함께 먹고,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서울로 출발하니, 맘이 한결 가벼워지면서 졸음이 밀려왔어요.
사실 어제 한숨도 못 잤거든요.
운전석에 앉은 동생도 껌, 사탕으로 안되었는지 우린 차를 세우고 눈을 좀 붙이기로 하였습니다.
들어오니 괴산 휴게소였어요. 충북 괴산군 중부내륙고속도로.
눈을 뜨니, 1시간쯤 지난 듯합니다.
밥 먹기는 어중간해서 우리는 주차한 바로 앞에 보이는 [소미미 단팥빵]을 하나씩 사 먹기로 했습니다.
저는 가끔 팥도너스는 먹는데, 단팥빵을 사 먹는 일은 없었어요.
제 동생은 팥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지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날은 팥빵과 커피가 마구 당기더란 말입니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샷 추가한 커피 2잔과 소미미 단팥빵, 아기궁뎅이 치즈크림빵.
'아기궁뎅이' 이름이 너무 재미있어서 사봤어요. 맛있어요.
커피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어본 것 중 제일 괜찮은 것 같아요.
커피에 진심인 제 동생 의견인데 '여기가 맛있었다'기 보다는 '다른 커피가 유난히 맛이 없었다'가 맞겠죠?
그런데 여기 알고 보니 천연발효종으로 유명한 빵 맛집입니다.
휴게소에만 있는 빵체인점이라고 해요. [소미미 단팥방]
감정을 정리합니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사람의 일이지만, 둘 다 잘 해내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만 가능한 일은 아닌 듯해요.
시간이 흐를수록 인생의 무게감이랄까? 의무감이랄까? 그런 것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엄마를 잃은 후로는 죽음에 대한 생각도 좀 달라졌어요.
죽음도 현실에 있는 것 같은... 생生과 사死가 함께 인 것 같은...
제대로 정리할 수도 없는 이런 감정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죄스럽고 감사합니다.
그래도...
힘내보기로 합니다. 우리는 남은 생을 성실히 완주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자꾸 비슷한 말을 하게 되네요.
스스로 체면을 거는 걸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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