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국민)학교 가을 운동회, 그때 그 시절의 청백전
1980~199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세대에게는 가을 운동회가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처럼요.
운동회는 단순한 체육대회가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마을 잔치였죠.
시원한 가을바람, 높고 푸른 하늘, 운동장 위에서 들리는 북소리와 응원 구호…
지금 생각해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그 시절의 운동회, 여러분은 기억나시나요?
언제 준비했을까? 운동회 연습기간과 계절 분위기
초등학교의 운동회는 주로 9월 말~10월 초, 가을에 열렸습니다.
시적인 표현으로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계절, 아침저녁으론 살짝 찬 기운이 도는 날씨, 뛰고 달리기에 정말 좋은 계절.
보통 3~4주간 연습기간이 있었고, 그 기간 동안엔 수업을 줄이고 각 반별로 단체 체조, 율동, 달리기 등을 준비했습니다.
교실마다 운동회 종목 편성표가 붙고, 쉬는 시간에도 "응원 연습하러 나가자!"며 친구들과 운동장으로 뛰어나가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우리는 운동장에 깔린 흙먼지와 바람마저 반가웠고, 운동회가 기다려지던 설레는 가을을 살고 있었죠."
라고 낭만적인 표현만을 써두고 싶지만 사실 난 이 운동회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어요.
차라리 '수업을 하는 게 낫지'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특히 이벤트성 무용 또는 춤을 단체로 연습해야 할 때는...
똑같은 율동을 똑같이 맞춰야 하는 건 흥미도 재능도 없는 제겐 힘든 일이었으니까요.
초등학교 행사 중에 굳이 하나만 고르자면 전 운동회보단 소풍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 시절 운동회 종목과 특별했던 점
운동회 당일은 가족이 함께하는 날이었습니다.
엄마는 새로 산 돗자리와 도시락을 싸서 일찍부터 동네분들과 함께 학교운동장 그늘 잘 드는 곳에 자리를 잡았고, 아빠는 카메라를 들고 삼각대를 세우며 저를 찾느라 바쁘셨지요.
아빠는 참석 못하시는 날이 더 많았지만요.
그치만 그런 걸 투덜댈 수는 없었어요. 가족 중 누구도 오지 않는 친구들도 있었으니까요.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경기였습니다.
- 계주 달리기 – 반 대표들의 혼신의 레이스
- 줄다리기 – 반 전체가 힘을 합쳐 외쳤던 "하나! 둘! 하나! 둘!"
- 풍선 터뜨리기 – 풍선을 엉덩이로 터뜨리며 모두가 웃음 짓던 종목
- 오재미 던지기, 공 넣기 – 단체로 즐겼던 협동 경기
또 하나의 묘미는 단체 율동(제가 싫어한..ㅎ)과 응원전이었죠.
머리띠 색으로 팀을 구분하고, 반마다 깃발을 흔들며 "O학년 O반 파이팅!"을 외쳤던 그 열기…
그 시절의 감동을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면?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추천합니다.
어린 시절 흙먼지와 땀 냄새, 그리고 우렁찬 응원소리까지 되살아날 거예요.
청군과 백군, 왜 ‘빨군’은 없었을까?
이걸 고민해 봤던 적이 있었어요.
사실 파란색하면 빨간색이 먼저 떠오르니까요. 그런데 '빨군'이라고 하니 어감이 영 이상하더군요.
그래서 '백군'으로 했나 보다 생각했어요.
어찌 되었건 운동회의 핵심은 바로 청군과 백군의 대결이었습니다. 그 시절은 ‘청백전’이 기본이었어요.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청군'과 ‘백군’이었던 이유는 더 있었습니다.
- 첫째, 빨간색은 정치적·군사적으로 ‘적군’ 또는 공산주의의 상징이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 둘째, 어감상 ‘청군 vs 빨군’은 거북하고 민감한 표현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피했죠.
- 셋째, 흰색은 당시 체육복 기본색이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팀 색상으로 활용되었어요.
- 넷째, ‘청백전’이라는 표현은 씨름, 야구에서도 오랜 전통을 갖는 스포츠 용어로 자리 잡았어요.
도시락과 바나나 우유, 잊을 수 없는 점심시간
운동회 날의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 바로 도시락 시간이었죠.
엄마가 새벽부터 준비해오신 먹거리들- 김밥과 삶은 달걀, 과일 그리고 바나나 우유.
층층 쌓은 도시락을 꺼내 운동장 가장자리에 오손도손 모여 앉아 나눠 먹는 그 순간은 정말 좋은 추억입니다.
가끔은 실수를 하거나, 달리기를 못했거나 해서 기분이 안좋을 때도 있었지만, 보는 사람들이 많고 특히 선생님들이 모두 모여있는 행사이기에 웬만한 잘못으로는 우리는 야단을 크게 맞는 일이 없었지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당시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간식 중 하나였고, 도시락 옆에 꼭 빠지지 않고 놓였던, 말 그대로 ‘운동회 도시락의 완성’이었습니다. 김 빠진 사이다와 함께요.
제 선택은 미지근한 바나나우유대신 언제나 김 빠진 사이다였어요.
운동회, 시대는 달라도 마음은 그대로
현재 초등학교 운동회는 ‘스포츠데이’, ‘가족 참여 체육대회’ 등 다양한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하루 종일 달리고 땀 흘리는 방식보다는 간소화되고 참여 위주로 변화했죠.
경쟁보다는 협동 중심, 부모님과 함께 참여하는 미션 게임, 학년별 발표회 형식도 많아졌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더 다양해지고 안전해졌지만, 예전의 순수한 감동은 줄어든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는 또 '그때의 소중한 추억'이 되겠지요~
'일상 > 오늘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자 되는 법, 1000억 버는 뇌를 만드는 자기암시 최면서, "부의 역설" 실천편 (2) | 2025.05.15 |
---|---|
웃음 가득, 소소한 행복, 개그 콘서트 (2) | 2025.03.22 |
부업이상의 가치, 글쓰기가 주는 힘 (3) | 2025.03.18 |
사랑하는 이의 기억과 슬픔 '장례식을 마치고' 가는 길, 충북 괴산 휴게소 소미미 단팥빵 맛? (0) | 2025.03.12 |
부업으로 연금 마련, 티스토리 블로그, 애드센스 광고 시작 (12) | 2025.01.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