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힘, 영화 오토라는 남자가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
[오토라는 남자]는 스웨덴의 베스트셀러 소설 [오베라는 남자]의 미국판 영화이다.
나 혼자 사는 까칠한 남자, 죽고 싶었으나 방해하는 이웃 때문에 죽기도 힘들었던 남자.
'톰 행크스'와 그의 실제 아들 '트루먼 행크스' 부자가 주인공 '오토 앤더슨'을 맡아, 개인적으로 더 궁금했던 영화, [오토라는 남자]를 얘기해보려 한다. 오늘은...
사실 난 영화보다 책을 먼저 봤다.
[오베라는 남자]는 스웨덴 작가 '스페드릭 배크만'이 쓴 소설로 2012년에 처음 출간된 이후 호평을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처음 읽는 스웨덴 소설이었고,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재미있게 읽은 몇 안 되는 소설 중 하나였다.
술술 잘 읽혔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일상, 매일 하루씩 더 올드해지고 고독해지는 오베의 내면을, 세심하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냈다
범죄라던가 하는 어떤 자극적이고 빠른 진행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았다.
사실 10년 전 읽은 책이라 기억에 남는 건 많지 않다.
뭔가 몽글한 뭉클함을 가슴으로 기억할 뿐, ㅎㅎ.
곧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가 나온다고 해서 기다리다가 잊고 있었는데...
어제 무료한 일요일 '드라마 정주행이나 할까'하고 쿠팡플레이를 틀었다가 이 영화의 톰 행크스를 보고 "아, 맞다~" 하면서 열어 보았고, 후회 없는 선택이 되었다.
오토라는 남자 영화 줄거리
영화 [오토라는 남자 ] | |
장르 | 코미디, 드라마 |
원작(스웨덴) | 프레드릭 배크만 소설[오베라는 남자, 2012], 영화 [오베라는 남자, 2016]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주연 | 톰 행크스 (오토역) 트루먼 행크스 (젊은 시절 오토역) 마리아나 트레비뇨(마리솔역) 레이첼 켈러 (소냐, 오토의 부인) |
개봉일 | 2023.03.29 |
상연시간 | 126분 |
오토는 아내 소냐가 죽은 이후 삶의 의미를 잃고 하루하루 죽을 궁리만 한다.
(이 영화는 오토의 아내가 소냐는 이미 고인이다. 6개월 전에 암으로 사망.)
하지만 자살을 시도하려 할 때마다 이웃의 방해를 받게 되고 오토를 필요로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새로 이사 온 마리솔 가족과 엮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오토는, 이웃집 라디에이터를 고쳐주고 마리솔에게 운전을 가르치고, 길고양이를 입양해 보살핀다.
그러나, 여전히 아내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오토는,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리솔에게 아내 소냐가 임신 중에 사고로 아이를 잃고 하반신 마비가 되었던 아픈 과거, 암으로 투병하다 반년 전 세상을 떠난 사실과 자기도 곧 따라가려 하였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맘속 벽을 조금씩 더 허물어간다.
부동산 회사로부터 동네를 지키기 위해 이웃들과 힘을 합치고, 이웃, 특히 마리솔 가족과 따뜻한 가족애를 나누면서 오토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서 점차 벗어나게 된다.
삶의 의미를 되찾은 오토는 마리솔의 3번째 출산으로 손자까지 얻으며 평범하고 따뜻하게 살다가 눈이 많이 내린 겨울 어느 날 침대에서 조용히 눈을 감는다.
심장 질환이 있었던 그는 자신의 심장의 변화를 느끼며 미리 편지(유서)를 남겨두었고, 오토의 집과 재산을 물려받은 마리솔은, 그의 유언에 따라 오토의 성실한 삶을 기리기 위한 소박한 장례식을 진행한다.
내 기억에 남는 장면들
1. 오토가 소냐를 처음 만나던 그날
아버지를 잃고 힘들어하던 시절, 군대 입대를 하려 하던 오토는 신체검사를 받는데 부적절 판정을 받는다.
오토는 남들보다 큰 심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비후성 심근증으로 유전되는 병이다.
덤덤히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던 중, 반대편으로 뛰어가는 한 여자를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되고 그녀가 책 한 권을 떨어뜨린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소리쳐도 그녀가 알지 못하자 달려가서 그녀가 탄 기차에 올라타고, 그녀를 찾아 책을 돌려준다.
기차는 오토를 태우고 출발해 버린다.
아버지를 만나러 가던 여자를 따라 자신의 목적지와 반대로 가게 된 오토는 승차원에서 무임 승차한 값을 치르게 되고 그때 부족한 잔돈을 그녀가 빌려준다.
요금을 내고 1964 행운의 실버 25센트가 남았는데, 돌려주자 그녀가 럭키라며 간직하라고 한다.
오토는 이 동전을 평생 간직한다.
이게 뭐 하시겠지만... 너무 뻔한 신파인데도...
그날 빨간 체크코트와 신발을 신은 소냐의 아름다움, 넋을 잃고 바라보던 오토, 기차, 썸 타는 훈훈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2. 처음 데이트 하던 날
첫 만남에서 빌린 75센트를 갚기 위해 기차역에서 기다리던 오토에게 소냐는 밥을 사라는 제안을 하게 되고 음식점 앞에서 만난 그 둘.
왜 메인요리는 먹지 않느냐는 소냐에게 처음에는 "밥을 먹고 왔다"고 했다가 "당신이 원하는 걸 다 사주고 싶어서"라고 덧붙인다.
큰 힘이 되었던 아버지는 2달 전에 돌아가시고, "군입대라도 했으면 직업이라도 있었을 텐데 군대에도 갈 수 없게 되어 어찌할지 모르겠다" 며 아픈 고백을 하고는 미안하다며 나가려는 오토를 소냐가 붙잡는다.
그리고, 그들의 첫 키스...
이런 상황에 오토를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소냐.
만약 소냐가 아니었다면 오토의 인생은 어떠했을까?
"소냐는 흑백 같던 내 인생의 칼라 같던 사람이었다"라고 오토는 말한다.
3. 마리솔에게 운전을 알려주는 장면
마리솔에게 진정한 운전법을 가르치기 위해 길을 나선 오토.
긴장한 그녀는 앞차와 얼마 거리를 두지 않고 급정거를 하게 되고, 패닉에 빠져 운전을 하지 못하는 그녀 뒤에서 클락션을 울려대는 뒤차, 오토는 차에서 내려 뒤 차 운전석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거칠게 말한다.
"넌 첨부터 잘했냐? 꺼져."
그리고, 마리솔을 차분히 다독거려 운전을 계속할 수 있게 한다.
"너는 아이를 둘이나 낳았고 이제 곧 셋째를 낳을 것이며, 남편까지 챙기고 있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정말 츤데레의 대표남, 오토.
마리솔은 '다시 흑백이 되어버린 오토의 인생을 컬러로 되돌려 놓은 두 번째 사람이었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아버지는 "너는 절대 운전하지 말고 택시 타고 다니다가, 자율주행차 안전 통과하면 그거 타고 다녀라." 하셨다. 헐~
믿어보자, 다른 방식의 부성애라고, 나는 마리솔이 아니니까.
4. 젊은 시절 오토역, 그의 아들 트루먼 행크스
어딘지 닮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날씬한 사람을 찾지.'라는 생각도 같이 하고 있었는데 톰 행크스의 아들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포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와 닮은 듯도 하고, 내 느낌은 그랬다.
5. 영화 속에 나오는 음식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음식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아픔을 치유하는 좋은 약.
멕시코 출신 마리솔이 오토에게 선물하는 음식은 두 가지.
하나는 몰레 소스가 들어간 치킨이고, 하나는 살포레스 데 아로스로 쌀로 만든 쿠키이다.
자살할 찰나마다 마리솔은 이 음식들을 가지고 도움을 요청하러 오고, 이 음식들을 맛보며 원하던 원치 않던 오토는 죽는 날을 미루게 된다.
이후 오토가 마음을 열고 부인 소냐가 좋아하던 식당에 마리솔을 데리고 가서 '셈라'를 대접하는데 스웨덴식 에클레어, 우리나라 슈크림 빵과 흡사하다.
상실에서 회복으로, 함께 할 때 가능하다.
영화는 시각적 요소와 사건의 진행을 통해 감정의 큰 흐름을 전달하다 보니, 소설에서처럼 세밀한 내면묘사가 부족하고 일부 에피소드도 많이 생략되었다고 느껴졌다.
읽은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책에는 오토(책에서는 오베)를 느낄 수 있는 더 많은 독백과 회상, 감정이 담겨있었고 그걸 독자가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전달해 주었다.
책을 먼저 읽은 나로서는 뭔가 빠졌는데, 뭐지?라는 생각과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2시간이 넘는 영화가 하나도 안 지루하게 느껴졌다.
더구나 줄거리를 대충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원작이 전하고자 하는 따뜻함과 인간애를 잘 그려낸, 잘 다듬어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톰 행크스의 뛰어난 연기력도 한몫한다. 믿고 보는 배우니까~
처음부터 톰 행크스에게 딱 맞는 배역이라 생각했지만, "저 사람 톰행크스 맞아" 싶은 장면이 있을 정도로 영화 속에 그는 정말 오토처럼 보였다.
깊은 상실과 슬픔에 잠식되어 매사에 무뚝뚝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한남자가 새로운 이웃의 등장으로 소소한 사건들을 함께 풀어나가며 자신이 잊고 지내던 인간적인 감정을 조금씩 회복해 가는 과정을 담은 사람 사는 이야기.
그를 통해서 따뜻한 인간관계와 공동체의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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